협심증, 심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
가슴 부위의 불편감이나 통증은 누구에게나 불안감을 안겨주는 증상입니다. 혹시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소화가 안 돼서 그렇겠지 스트레스 때문일 거야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심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 바로 협심증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협심증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질환입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김중선 교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협심증의 증상과 원인, 진단과 치료, 그리고 예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협심증이란 무엇일까요? 심근경색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김중선 교수는 협심증을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이 좁아져서, 심장 근육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때 발생하는 가슴 통증(허혈성 통증)이라고 정의합니다. 마치 수도관에 찌꺼기가 끼어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혼동하시는데, 김 교수는 두 질환의 차이점을 명확히 설명합니다. 두 질환 모두 동맥경화(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현상)를 근본 원인으로 하지만, 진행 양상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 협심증(Angina Pectoris): 혈관이 점진적으로 좁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운동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요구할 때, 좁아진 혈관으로는 충분한 혈액 공급이 어려워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안정형 협심증이라고 합니다).
-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 혈관 벽에 쌓여있던 찌꺼기(죽상반)가 갑자기 파열되면서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을 완전히 또는 거의 막아버리는 상태입니다.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심장 근육 조직이 손상되거나 죽게(괴사) 되는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즉, 협심증은 혈관이 좁아져 혈류가 부족한 상태라면, 심근경색은 혈관이 막혀 혈류가 차단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심근경색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단계이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2. 이런 증상, 협심증일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 체크리스트
협심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통증 위치:
- 주로 가슴 정중앙 또는 약간 왼쪽 부위에 나타납니다.
- 때로는 어깨, 목, 팔(특히 왼쪽 팔 안쪽), 턱, 등 쪽으로 통증이 퍼져나가기도 합니다 (방사통).
- 드물게 명치 부근의 통증이나 답답함으로 나타나 단순 소화불량이나 위염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통증 양상:
- 환자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주로 ‘가슴을 꽉 쥐어짜는 듯하다 무거운 것으로 짓누르는 듯하다 뻐근하다 답답하다 숨이 막힐 것 같다 등으로 호소합니다.
- 고춧가루를 뿌린 듯 싸하다거나 화끈거린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유발 및 완화 요인 (안정형 협심증 기준):
- 유발:빨리 걷거나 뛰기, 계단이나 언덕 오르기, 무거운 물건 들기,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등 심장에 부담이 가는 활동 시주로 발생합니다.
- 완화:하던 활동을 멈추고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점차 가라앉습니다.
- 지속 시간:
- 안정형 협심증의 경우, 통증은 대부분 5분 이내이며 길어도 15분을 넘지 않습니다. 휴식을 취하면 완화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 안정형 협심증의 경우, 통증은 대부분 5분 이내이며 길어도 15분을 넘지 않습니다. 휴식을 취하면 완화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3. '쉬어도 아프다', '통증이 오래간다'면 즉시 응급실로!
김중선 교수는 협심증 증상 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응급 신호’를 강조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심근경색으로 진행되었거나 임박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체 없이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 안정 시 통증: 특별한 활동 없이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가슴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불안정형 협심증).
- 점점 심해지는 통증: 통증의 빈도, 강도, 지속 시간이 이전보다 심해지는 경우.
- 5분 이상 지속되는 통증: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20분 이상 길게 이어지는 경우.
- 니트로글리세린 효과 없음: 협심증 환자가 처방받은 응급 약물인 니트로글리세린(혀 밑에 녹여 먹거나 스프레이 형태)을 사용해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
절대 자가용보다는 119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동 중 상태가 악화될 경우 구급대원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나는 괜찮을까? 협심증 고위험 요인 알아보기
협심증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정 위험 요인을 가진 경우 발병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다음과 같은 요인에 해당한다면 더욱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 고혈압:높은 혈압은 혈관 벽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어 동맥경화를 촉진합니다.
- 고지혈증 (이상지질혈증):혈액 내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높으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합니다.
- 당뇨병:혈당 조절이 잘 안 되면 혈관 내피세포 손상 및 염증을 유발하여 동맥경화 위험을 높입니다.
- 흡연:담배의 유해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동맥경화 및 혈전 생성을 촉진합니다.
- 가족력:직계 가족(부모, 형제자매) 중 비교적 젊은 나이(남성 55세 미만, 여성 65세 미만)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경우, 유전적 소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가족력을 중요한 위험 인자로 꼽았습니다.
- 나이: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에서 발병 빈도가 증가합니다.
- 성별: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높지만, 여성은 폐경 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감소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서 위험도가 남성과 비슷해집니다.
- 비만 및 운동 부족: 복부 비만 등은 다른 위험 요인(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협심증 진단, 어떤 검사를 받게 되나요?
협심증이 의심되어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환자의 증상, 병력,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필요한 검사를 진행합니다. 안정 시에는 심전도 등이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음과 같은 검사들이 시행될 수 있습니다.
- 기본 검사:문진, 신체 검진, 혈액 검사(콜레스테롤, 혈당 등 확인), 흉부 X선, 심전도(ECG)
- 정밀 검사:
- 운동 부하 검사:러닝머신 위를 걷거나 뛰면서 심전도 및 혈압 변화를 관찰하여 심장에 부하가 걸렸을 때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지 확인합니다.
- 부하 심초음파:운동이나 약물을 이용해 심장에 부하를 준 상태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여 심장 벽의 움직임 변화나 혈류 이상을 관찰합니다.
- 심근 관류 스캔:방사성 동위원소를 주사한 후 안정 시와 부하 시 심장 근육으로 혈액이 얼마나 잘 공급되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합니다.
- 관상동맥 CT:
- 칼슘 스코어 검사:조영제 없이 CT 촬영을 통해 관상동맥 벽에 쌓인 칼슘(동맥경화의 지표)의 양을 측정하여 동맥경화 정도를 평가합니다.
- CT 혈관 조영술:조영제를 주사하면서 CT 촬영을 하여 관상동맥 혈관의 모양과 좁아진 정도를 3차원 영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정확한 검사입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관상동맥 CT 검사가 협심증 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CT 혈관 조영술은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진단 정확도가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건강검진 결과만 믿고 방심하지 말고,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여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6. 협심증 치료와 관리: 완치는 어려워도 조절은 가능합니다!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면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김 교수는 협심증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임을 강조합니다. 치료 목표는 증상을 완화하고, 심근경색 등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 약물 치료:협심증 치료의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음과 같은 약물들이 처방됩니다.
- 항혈전제 (예: 아스피린):혈소판 응집을 억제하여 혈전(피떡) 생성을 예방하고 심근경색 위험을 낮춥니다.
- 베타 차단제:심장 박동수와 수축력을 감소시켜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협심증 증상을 완화합니다.
- 혈관 확장제 (예: 니트로글리세린, 칼슘 채널 차단제):관상동맥을 확장시켜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고 흉통을 완화합니다.
- 스타틴: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반을 안정시켜 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하고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줄입니다.
- 시술 및 수술 (관상동맥 중재술/우회술):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혈관이 매우 심하게 좁아진 경우 고려됩니다.
- 관상동맥 중재술 (PCI):팔이나 다리의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삽입하여 좁아진 관상동맥 부위까지 접근한 후, 풍선을 이용하여 혈관을 넓히고(풍선 확장술), 다시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삽입하는 시술(스텐트 삽입술)입니다.
- 약물 방출형 스텐트 (DES):최근에는 스텐트 표면에 특수 약물(주로 면역억제제)을 코팅하여, 스텐트 삽입 후 혈관벽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다시 막히는 현상(재협착)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약물 방출형 스텐트가 주로 사용됩니다. 이 약물은 보통 3~6개월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어 혈관의 안정화를 돕습니다.
- 약물 코팅 풍선 (DCB):스텐트 삽입 없이, 약물이 코팅된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면서 약물을 혈관벽에 전달하여 재협착을 억제하는 방법도 일부 경우에 사용됩니다.
- 관상동맥 우회술 (CABG):여러 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거나 스텐트 시술이 어려운 경우, 다리나 가슴 부위의 다른 혈관을 이용하여 좁아진 관상동맥 부위를 우회하는 새로운 혈관 통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 관상동맥 중재술 (PCI):팔이나 다리의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삽입하여 좁아진 관상동맥 부위까지 접근한 후, 풍선을 이용하여 혈관을 넓히고(풍선 확장술), 다시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삽입하는 시술(스텐트 삽입술)입니다.
김중선 교수는 "스텐트 시술이나 우회술을 받았다고 해서 협심증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시술/수술 후에도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는 평생 지속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스텐트나 우회술은 가장 심각한 부위를 해결해 주는 것이고, 약물 치료는 남아있는 동맥경화의 진행을 억제하고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7. 건강한 심장을 위한 약속: 생활 습관 개선
협심증 예방과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 금연:흡연은 백해무익합니다.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 절주: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합니다.
- 균형 잡힌 식단:
-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입니다 (기름진 육류, 튀김, 가공식품 등).
- 채소, 과일, 통곡물, 등푸른생선 등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입니다.
- 김 교수는 "너무 강박적으로 식단을 제한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즐겁게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 규칙적인 운동:
-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단, 운동 시작 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자신에게 맞는 운동 강도와 종류를 결정해야 합니다.
- 적정 체중 유지: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 스트레스 관리:충분한 휴식과 수면, 명상, 취미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합니다.
- 만성 질환 관리: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마치며
협심증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만이 아닙니다. 김중선 교수의 말처럼, 최신 의학의 발전으로 약물과 시술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협심증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진료를 받으며, 진단 후에는 꾸준한 약물 복용과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가슴 통증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심장이 보내는 소중한 신호에 귀 기울이고, 정기적인 검진과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심장 건강을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